[중앙일보] 고령·만성질환자 탈 난 어깨... 국소마취 관절내시경이 해결
어깨는 신체 중 유일하게 360도 움직이는 부위다. 운동 범위가 넓고 자주 쓰는 만큼 손상당하기 쉽다. 건강
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171만3000여 명에서 2014년 205만
3000여 명으로 34만 명쯤 늘었다. 안형권 병원장은 “어깨 질환은 노화나 잦은 충격으로 인한 근육의 마모·손
상이 주요 원인”이라며 “중년 이후 어깨 통증 때 대부분 오십견(동결견)으로 생각하지만 최근엔 고령화와 스포
츠 인구 증가를 반영해 어깨 근육이 끊어지는 회전근개 파열, 근육에 돌이 쌓이는 석회성 건염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를 감싸는 4개의 근육(회전근개)이 과격한 운동, 외상, 퇴행성 변화로 끊어지며 통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보통 40대 이후, 어깨를 덮는 뼈(견봉)와 여기에 맞닿은 위쪽 회전근개(극상근) 마찰로 발생
한다. 잠자리에서 어깨 통증이 심하게 느껴지면 이 병일 가능성이 크다.
안형권 병원장은 “회전근개는 자연치유가 되지 않아 갈수록 파열 정도가 커진다. 이를 방치하다 근 위축·지방
변성·유착 등을 유발해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결국 팔을 못 쓰게 되거나 뼈끼리 부딪쳐 인공관절을 끼우는 큰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회성 건염은 회전근개에 돌(석회)이 쌓여 피로감·통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처음에는 어깨가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가 이윽고 팔을 들거나 돌리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찾아온다. 목 부위 통증을 일으키기도 하
는데, 이 때문에 애꿎게 목 디스크 치료를 받는 환자도 많다.
안형권 병원장은 “진단을 위해 석회성 건염은 X선을, 회전근개 파열은 초음파·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이용
한다. 초기 증상 때 정확한 진단·치료를 받아야 운동 제한, 만성 통증 같은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깨 질환은 초기엔 진통제, 스트레칭, 물리치료, 체외 충격파로 보존적 치료를 한다. 다만 치료 기간에 어깨
사용이 제한되고 효과에 차이가 있다.
안형권 병원장은 “회전근개 파열의 경우 통증이 없다고 병의 진행이 멈추는 것은 아니므로 일상생활을 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상 범위가 넓어 관절·근육 변형이 우려되거나 보존적 치료로 효과를 못 본 경우라면 수술을 고려한다. 특히
최근엔 관절내시경 수술이 환자 만족도와 치료 결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어깨에 직경 1㎝의 구멍을
내고 내시경으로 수술 부위를 보며 수술하는 방식이다. 기존 수술법(절개 후 개방적 수술)보다 절개 범위가 좁
아 환자 부담이 적고 입원 기간 및 회복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국소마취로 수술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환자 스스로 호흡을 해 순환기·호흡기계 합병증이 거의 없다. 또
아스피린·항응고제 등 복용하던 약을 끊지 않아도 된다. 안형권 병원장은 “전신마취가 어려운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와 심폐기능이 약한 고령자도 안전하다”며 “후유증이 적어 수술 다음날 퇴원하는 환자도 많은 편”
이라고 말했다.
관절 내시경 수술은 특히 의료진의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 어깨는 불과 1㎝ 남짓의 근육들이 뼈·관절과 복잡
하게 얽힌 구조다. 이를 시야가 좁은 내시경으로 분별해 수 ㎜ 단위로 꿰매고 치료하는 일은 웬만한 임상 경험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수술 시간을 최대한 줄이되 환자 상태에 따라 마취제를 적절히 조절해야만 수술 중 마취
가 풀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안형권 병원장은 “수술 방식을 선택할 때 의료진의 경험과 마취·응급 장비 여부, 마취과 전문의 상주 여부를 꼼꼼
히 따져 보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어깨는 수술 못지않게 재활이 중요하다. 진단부터 사후관리까지 종합 프로그램
을 운영하는 곳인지도 미리 알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